401(k) 가입하려는데 벽이 하나 있다
회사에서 401(k) 가입 신청서를 받았다. 그런데 고르라는 게 두 가지다. Traditional이냐 Roth냐.
처음엔 별 차이 없어 보인다. 둘 다 401(k) 아닌가? 그런데 세금 구조가 완전히 반대다.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 나중에 받는 돈이 달라질 수 있다.
401(k)가 뭔지 아직 잘 모르신다면[미국 직장인들은 왜 401(k)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먼저 읽고 오시는 걸 추천한다.
핵심 차이 한 줄 요약
- Traditional 401(k) — 지금 세금 아끼고, 나중에 낸다
- Roth 401(k) — 지금 세금 내고, 나중에 안 낸다
어떤 게 유리한지는 딱 하나에 달려있다. 지금 세율이 높은가, 은퇴 후 세율이 높을 것 같은가.
Traditional 401(k)
세전(Pre-tax) 돈으로 납입한다. 지금 과세소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연봉이 $100,000이고 $10,000을 Traditional 401(k)에 넣으면 세금은 $90,000 기준으로 낸다. 지금 당장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대신 은퇴 후 인출할 때 그때 세율로 세금을 낸다. 은퇴 후 소득이 낮아지면 지금보다 낮은 세율로 낼 수 있어서 유리하다.
이런 분들한테 맞는다
- 지금 소득이 높아서 세금 부담이 큰 분
- 은퇴 후 소득이 지금보다 낮을 것 같은 분
- 지금 당장 현금흐름이 빠듯한 분
Roth 401(k)
세후(After-tax) 돈으로 납입한다. 지금 세금을 먼저 낸다. 대신 은퇴 후 인출할 때 원금도 수익도 세금이 없다. 단, 비과세로 빼려면 59.5세 이상이면서 계좌를 5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둘 다 충족해야 한다.
이게 장기적으로 강력하다. 예를 들어 매달 500달러를 30년간 넣어 계좌가 약 60만 달러로 불어났다고 하자. 실제 낸 돈은 18만 달러뿐인데 42만 달러가 수익으로 불어난 거다. Traditional이면 인출할 때 이 60만 달러 전체가 과세 대상이지만, Roth는 한 푼도 세금이 없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요즘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Roth를 강하게 미는 경우가 많다. 장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모기지, 보험, Childcare까지 나가는 상황에서 Roth로 많이 넣으면 지금 실수령액이 확 줄어든다. 현금흐름이 빠듯해지는 구조는 오히려 독이다.
이런 분들한테 맞는다
- 지금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 (20~30대 초반)
- 앞으로 소득이 올라갈 것 같은 분
- 은퇴 후에도 소득이 있을 것 같은 분
놓치기 쉬운 것 하나
Company Match는 대부분 Traditional로 들어온다. 본인이 Roth로 납입해도 회사 매칭분은 Traditional 계좌로 쌓이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인출할 때 그 매칭분에는 세금이 붙는다는 뜻이다. 최근엔 매칭도 Roth로 받게 허용한 플랜이 생겼지만 아직 소수다. 처음에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으니 본인 플랜 규정을 꼭 확인해둬라.
실제 케이스 하나
20대 후반 클라이언트가 연봉 5만 5천에 전액 Traditional로 넣고 있었다. “세금 아낀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그 사람 세율 구간은 12%였다. Traditional로 아끼는 세금은 연 700달러 남짓인데, 그 돈이 30년 뒤 몇 배로 불어 22~24% 구간에서 인출되면 결국 더 내는 구조였다. 세율이 낮을 때는 Roth가 정석인데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었다. 바로 Roth로 돌렸다. 세율이 낮은 시기는 평생 비과세를 싸게 사두는 기회다.
한인들한테 자주 나오는 질문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Roth가 맞나요?”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Roth가 맞나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59.5세 이후 인출 시 비과세인 Roth가 유리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거주자가 되면 해외 연금 인출액에 한국이 과세할 수 있다. 한미 조세협약과 거주자 판정까지 얽혀서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건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아라.
“둘 다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다. Traditional과 Roth를 나눠서 납입해도 된다. 단, 합산 한도는 2026년 기준 $24,500이다.
현실적인 선택 기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것만 보면 된다.
- 지금 세율이 높다 → Traditional
- 지금 세율이 낮다 → Roth
- 잘 모르겠다 → 반반 섞어라
“반반”이 의외로 똑똑한 이유가 있다. 은퇴 후 Traditional에서 일정액만 인출해 낮은 세율 구간을 채우고, 모자란 생활비는 Roth에서 비과세로 빼면 전체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걸 세금 분산(tax diversification)이라고 한다. 미래 세율은 아무도 모르고 세법도 언제 바뀔지 예측 못 한다. 그러니 완벽한 정답을 찾기보다, 양쪽에 다 발을 걸쳐 두고 꾸준히 오래 투자하는 구조가 더 안전하다.
결론
뭐가 더 좋은지 정답은 없다. 지금 내 소득 수준과 현금흐름,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 다르다.
한 가지만 기억해라. 어떤 걸 고르든 일단 시작하는 게 맞다. 완벽한 선택을 찾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훨씬 낫다.
다음 글에서는 401(k) 말고 또 다른 은퇴 계좌인 [Roth IRA]가 뭔지, 401(k)랑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