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에 취직하면 Open Enrollment 시즌에 건강보험 플랜을 골라야 한다. 새 회사 입사할 때, 또는 연말·연초 갱신 기간에 선택해야 한다. 화면을 열면 낯선 용어들이 쏟아진다.
HMO, PPO, Deductible, Network, Out-of-pocket Maximum.
한국 건강보험에 익숙하면 더 당황스럽다. 한국은 그냥 병원 가면 됐는데 미국은 플랜부터 골라야 한다. 처음엔 “비싼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 건강보험 기본 구조가 궁금하다면 [미국에서는 왜 건강보험이 중요한 걸까]부터 읽고 와라.
왜 이 선택이 중요한가
어떤 플랜을 고르느냐에 따라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달라지고, 갈 수 있는 병원이 달라지고, 실제로 내야 하는 의료비가 달라진다.
잘못 고르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보험료가 너무 높아서 현금흐름이 빠듯해지거나, 보험료를 아끼려다 필요한 전문의를 제때 못 보는 상황이 생긴다. 이 선택은 단순한 보험 선택이 아니라 재정 계획의 일부다.
HMO란?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의 약자다. 정해진 네트워크 안에서만 진료받는 구조다.
핵심은 세 가지다.
주치의(PCP) 지정 필수 — 모든 진료의 시작점이 주치의다. 아프면 무조건 주치의부터 가야 한다.
전문의 보려면 Referral 필요 — 주치의한테 진료 의뢰서를 받아야 전문의를 볼 수 있다. Referral 없이 가면 보험 적용이 안 된다.
네트워크 밖은 커버 안 됨 — HMO 네트워크에 포함된 병원과 의사만 이용 가능하다. 응급 상황 제외하고 네트워크 밖으로 나가면 전액 본인 부담이다.
장점은 보험료가 낮다는 거다. Deductible이 낮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현금흐름 관리에 유리하다. 단점은 자유도가 낮다. Referral 받는 과정이 번거롭고, 타 지역 이동 시 커버리지가 제한된다.
PPO란?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의 약자다. 더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주치의 지정 의무 없음 — 원하는 의사한테 바로 갈 수 있다.
Referral 없이 전문의 가능 — 피부과, 정형외과, 안과 등 원하는 전문의한테 바로 예약할 수 있다.
네트워크 밖도 이용 가능 — 단, 네트워크 안보다 본인 부담이 높아진다.
장점은 자유도가 높다. 타 지역, 타 주에서도 커버리지가 있어서 출장이나 여행이 많은 경우에 유리하다. 단점은 보험료가 HMO보다 높다. Deductible도 높은 경우가 많아서 월 부담이 크다.
한눈에 비교
- 보험료: HMO 낮음 / PPO 높음
- 주치의 지정: HMO 필수 / PPO 선택
- Referral: HMO 필요 / PPO 불필요
- 네트워크 밖: HMO 불가 / PPO 가능(추가 비용)
- 자유도: HMO 낮음 / PPO 높음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정답은 없다. 본인 상황과 주머니 사정을 같이 봐야 한다.
HMO가 맞는 경우 — 건강하고 병원을 자주 안 가는 경우, 보험료 낮춰서 현금흐름을 지키고 싶은 경우, 한 지역에 정착해서 살 계획인 경우.
PPO가 맞는 경우 — 만성질환이 있거나 전문의를 자주 봐야 하는 경우, 자녀가 있어서 소아과·전문의 방문이 잦은 경우, 출장이나 여행이 많아서 타 지역 커버리지가 필요한 경우, 본인이 원하는 특정 의사가 있는 경우.
실제 케이스 하나
클라이언트가 Open Enrollment에서 보험료가 낮다는 이유로 HMO를 선택했다. 월 보험료 차이가 220달러라 연간 2,640달러를 아낀 셈이었다. 문제는 그해 어깨 부상으로 정형외과를 봐야 했는데, HMO라 주치의 Referral부터 받아야 했다. 주치의 예약이 3주 후, Referral 받고 정형외과 예약이 다시 2주. 결국 진단까지 5주가 걸렸고 그 사이 통증이 악화됐다. 본인이 낸 Copay와 추가 치료비를 합산하니 연간 보험료 절감액이 거의 상쇄됐다. PPO였으면 바로 전문의를 볼 수 있었다. 재정 절감이 목적이었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 아꼈다.
네트워크 확인은 필수다
미국에서는 병원 예약 전에 보험 네트워크부터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같은 병원이라도 내 보험 네트워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에 따라 본인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병원 예약할 때 “Do you accept my insurance?”를 꼭 확인해라. 안 물어보고 갔다가 예상 못한 청구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직장 선택할 때도 봐야 한다
미국에서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만 보면 안 된다. 회사가 어떤 플랜을 제공하는지, 보험료를 얼마나 부담해주는지가 실질 연봉에 직접 영향을 준다.
PPO 제공 회사와 HMO만 제공하는 회사의 보험료 차이가 월 300~500달러 이상 나는 경우도 있다. 연간으로 3,600~6,000달러 차이다. 이게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서는 왜 현금흐름(Cash Flow)이 중요할까]에서 다뤘다.
결론
HMO는 보험료가 낮지만 자유도가 낮다. PPO는 자유도가 높지만 보험료가 높다.
무조건 비싼 플랜, 무조건 PPO가 정답이 아니다. 지금 내 건강 상태, 가족 구성, 현금흐름을 같이 놓고 골라야 한다. 어떤 플랜을 고르든 네트워크 확인은 필수다. 병원 가기 전에 꼭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라.
다음 글에서는 High Deductible 플랜과 묶어서 쓰는 HSA가 왜 401(k)보다 세금 혜택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지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