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를 만들었다고 사업 준비가 끝난 게 아니다.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 계좌 개설이다. 이걸 미루거나 그냥 개인 계좌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초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세금 신고 시즌이 오면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다.
개인 계좌로 사업하면 생기는 문제들
이론적으로는 개인 계좌로도 사업이 가능하다. 사업 비용과 개인 비용을 완벽하게 구분해서 기록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담을 해보면 이걸 실제로 제대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현실은 이렇다. 처음에는 잘 구분하다가 바빠지면 흐트러진다. 사업용 아마존 주문을 개인 카드로 결제하고, 점심 미팅 비용을 개인 계좌에서 내고, 거래처 입금을 개인 계좌로 받는다. 1년이 지나면 거래 내역이 수백 건이 섞여 있다.
세금 신고 시즌이 오면 이게 다 문제가 된다.
첫째, 공제 항목을 제대로 못 챙긴다. 사업 비용으로 공제받으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 계좌에 섞인 거래는 구분 자체가 어렵다. 세무사에게 맡기면 시간이 두 배로 걸리고 비용도 더 나온다.
둘째, IRS 감사 시 불리하다. 개인 계좌에 사업 수입이 들어오면 IRS 입장에서는 전체를 개인 소득으로 볼 수 있다. 사업 비용을 공제했다고 주장하려면 증빙이 명확해야 하는데, 섞인 계좌에서 이걸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셋째, LLC 보호막이 뚫릴 수 있다. 앞서 LLC 오해 글에서도 다뤘지만 Commingling은 법원이 LLC를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다. LLC를 만든 의미가 없어진다. LLC에 대한 오해는 미국 LLC에 대한 오해 6가지에서 따로 정리했다.
계좌 개설 전 준비 서류
은행에 가기 전에 아래 서류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이게 없으면 계좌 개설이 바로 거절된다.
LLC Articles of Organization, EIN(사업자 번호), Operating Agreement(은행에 따라 요구), 신분증(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이 중에서 EIN이 없어서 막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EIN은 IRS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 신청 시 당일 발급된다. EIN 신청 방법은 [미국 EIN 신청 완전 정리]에서 따로 다뤘다.
주소 문제로 막히는 경우도 있다. Virtual Address나 Virtual Mailing Address를 사업 주소로 쓰는 경우, 일부 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한다. 특히 Chase 같은 대형 은행은 Virtual Address로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이 상황에서 막히면 LLC 서류 주소를 바꾸고 다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초기에는 실제 거주지 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사업 주소 설정 방법은 미국 사업 주소 집주소 vs Virtual Address에서 따로 다뤘다.
어떤 은행을 선택해야 하나
선택 기준은 세 가지다. 수수료 구조, 온라인 편의성, 지점 접근성.
대형 은행
Chase, Bank of America, Wells Fargo가 대표적이다. 전국 지점망이 있고 온라인 뱅킹이 잘 되어 있다. 수수료는 월 $15~$30 수준이지만 최소 잔액 조건을 충족하면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텍사스 기준으로 Chase는 지점이 많고 비즈니스 대출 연계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장기적으로 SBA 대출이나 비즈니스 크레딧 라인을 생각한다면 대형 은행과 관계를 쌓아두는 게 유리하다.
한인 은행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 한미은행(Hanmi Bank), PCB Bank가 있다.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한인 사업자 특성을 이해하는 직원들이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거나 영어 서류 처리가 부담스럽다면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지점 수가 적어서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인 은행과 미국 은행 비교는 한인 은행 vs 미국 은행에서 따로 다뤘다.
온라인 전용 뱅크
Mercury, Relay는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많이 쓴다. 수수료가 없거나 낮고 계좌 관리가 편하다. 온라인으로 모든 게 처리되고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다. 단, 실물 지점이 없어서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에는 맞지 않는다. 또 일부 SBA 대출이나 비즈니스 크레딧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전용 뱅크 계좌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계좌 개설 과정
준비 서류만 갖추면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은행 방문 또는 온라인 신청, 서류 제출 및 신원 확인, 계좌 승인, 초기 입금. 대부분 1~2일 내에 완료된다.
처음에는 Checking Account 하나로 시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Savings Account를 추가하거나 세금 준비용 계좌를 별도로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하면 된다. 처음부터 복잡하게 설계할 필요 없다.
계좌 개설 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
계좌를 만들었으면 세 가지 원칙을 처음부터 지켜야 한다.
모든 사업 수입은 비즈니스 계좌로만 받는다. 사업 비용은 비즈니스 카드 또는 비즈니스 계좌에서만 지출한다. 개인 용도로 사업 계좌 돈을 쓸 때는 Owner’s Draw로 명확하게 기록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나중에 세금 신고가 훨씬 수월해진다. 반대로 이걸 처음에 안 잡아두면 6개월만 지나도 거래 내역이 엉망이 된다. 나중에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세무사 비용이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QuickBooks나 Wave 같은 회계 소프트웨어를 비즈니스 계좌에 연동해두면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분류된다. 초기에 이 세팅을 해두면 연말 세금 신고 때 훨씬 편하다.
정리
비즈니스 계좌는 선택이 아니라 LLC 운영의 기본이다. 개인 계좌로 사업 비용과 개인 비용을 완벽하게 구분할 자신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제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계좌 하나 만드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나중에 생길 세금 문제, LLC 보호막 약화, 회계 정리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 바로 만드는 게 맞다. 사업 구조를 제대로 잡고 싶다면 현금흐름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 미국 사업계획서 실제 작성법에서 따로 정리했다.
